전통적인 의학은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의학이었다. 20세기에 들면서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예방의학의 개념이 발달하였고, 이제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행복 의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행복 의학은 생명이나 질병의 개념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와 관련이 되는 것으로, 현재 의학계와 의료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레비트라와 같은 성기능 개선제, 프로페시아, 미녹시딜 등의 발모제, 제니칼과 리덕틸 등의 소위 살 빼는 약 계열 등이다. 여기에 우리가 근래 들어 많이 접하는 보톡스도 행복의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보톡스’라는 것은 미국 Allergan사에서 만든 약제의 명칭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보툴리누스 톡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이는 보툴리눔 균에서 나오는 균독소를 정제한 것으로 이것의 약리 작용은 신경에서 근육으로의 자극 전달을 차단하는 효과를 내게되어 신체 근육의 마비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시의 치료에 주로 사용되어 오다가 주변 근육의 마비에 의해 주름이 없어지는 것이 발견되면서 주름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현재에는 근육 마비에 따르는 2차적인 근 위축의 효과를 이용하여 사각턱의 교정에서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성형 수술에 비해 시술이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간단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지만 효과의 지속 기간이 짧다는 점은 단점일 수 있다.(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발생한 경우 수개월이면 원상 복귀 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보톡스는 약과 독의 연관 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로, 현재 의학계에서 쓰이는 많은 약들이 독소의 정제에서 출발하였으나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일은 드물다. 현재에는 보톡스 이외에도 중국 등지에서 값이 저렴한 유사 약제들이 나오고는 있으나 순도나 효과의 문제로 보톡스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성형외과 영역에서는 주로 이마와 미간 그리고 눈가의 주름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사각턱의 교정에 일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계의 생존 법칙에 따라 만들어진 강력한 독소가, 다른 분야도 아닌 미용 성형외과의 분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도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란 말이 있고, 현대의학에서 쓰이는 많은 약제들이 독소의 원리들을 이용한 것들이라는 점을 상기하여보면 선인들의 지혜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우리의 삶에서도 많은 ‘독’들이 존재하지만, 잘 연구해 본다면 그 중에는 뛰어난 ‘약’이 될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약과 독, 이는 손바닥과 손등처럼 결국은 우리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이치의 한 단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