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앉아 있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단골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사각턱 수술 뒤 유방 수술을 하러 온다든지 하는 경우로 성형수술의 ‘맛’을 본 환자들이 몇 년을 두고 계속 찾아와서 얼굴을 잘 기억하게 되는 분들이다. 수 년 전에 코 수술을 받았던 젊은 여성 한 분은 그리 낮지 않은 코 임에도 높아지기를 원하여, 단순 융비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뒤 이마와 코의 선이 날아갈 듯 시원한 S자 모양으로 수술의 결과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몇 달 뒤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의 불만은 아직도 자기 생각보다는 조금 낮다는 것으로 지금보다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만큼 높여달라는 요청이었다. 물론 수술결과에 대한 판정은 환자가 하는 것이므로 정답을 정해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환자의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는 더 높이는 것이 보기에 어색할 것이라는 설득을 해 보았지만 환자의 생각은 확고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기존의 보형물을 빼내고 미리 맞추어 특수 제작된 두께 10mm가 넘는 보형물을 삽입하는 재수술을 하여 마치 그리스인들의 코처럼 뚜렷하고 오똑한 코를 만들어 주었지만, 환자 분은 ‘이 이상 더 높이는 것은 힘들겠죠?’라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여 수술팀을 감동(?)시키셨다. 지금도 가끔 연락이 되는 이 환자 분은 더 높일 수 없는 지라는 말이 인사처럼 따라오곤 한다.
근래에 문득 느끼게 되는 점은 우리나라 환자들의 성형수술 경향이 ‘더 크게, 더 높이, 더 화끈하게’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의 기준 자체가 서양의 미인기준에 맞춰진 때문일게다. 유방 성형술의 보형물의 크기도 이제는 서양인들의 크기에 다가갈 정도로 점차 큰 것들이 선호되는 추세이고, 쌍꺼풀의 크기도 나이가 젊을수록 보다 뚜렷하고 선명한 쌍꺼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코 역시도 수술을 받은 것을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코 보다는 조금 표시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오똑하고 시원한 콧날을 기대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나 방송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의 코 높이는 오똑하다 못해 날카로움마저 줄 정도이다. 물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유학생들의 경우 코가 높은 외국인들 사이에 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높은 코에 익숙해 져서 높은 코를 원한다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대학 입학을 앞둔 여학생들까지도 가급적이면 높은 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노라면 점차 서구적으로 변해가는 서울의 거리에서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는 날이 머지 않을 듯하다.
한국 여인들의 코가 평균 5mm만 높아진다면… 과연 역사가 바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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