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옷소매 조차도 거추장스러워지는 무더운 여름이 오면, 거리는 살색으로 축제를 연 듯하다. 얇은 민소매와 눈길을 주기조차 부담스러운 짧은 반바지들로 거리에는 알지 못할 열기가 스며든다. ‘부러운 젊음’이라는 간단한 단어만으로는 이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출의 과시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날씬하고 몸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어쩌면 ‘일부’의 사치인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노출에서 몸매를 과시할 정도라면 우선 가는 팔뚝, 날씬한 아랫배와 허벅지, 올라 붙은 엉덩이 그리고 아름다운 가슴 정도가 최소한의 요건이라 하겠다. 사실 날씬하고 큰 키에서 잘록한 허리와 큰 가슴은 논리적으로나 확률적으로 양립하기는 어려운 조건들로서 실제 이런 조건들을 타고 났다면 천운이라고 해야 적당할 드문 일이다.

작년 여름에 찾아온 환자는 길에서 만났다면 한번쯤 다시 돌아다 볼 만큼 큰 키와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을 두루 갖춘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단지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허벅지와 동양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약간 처져 보이는 엉덩이 정도가 불만이었다. 하지만 일반 여성들의 기준으로 보자면 조금 튼튼해 보이는 하체 정도의 느낌으로 소위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우리네 속담이 적당한 환자였다. 결론은 허벅지와 엉덩이에 대한 지방흡입을 하여 신체의 윤곽선이 보다 더 깎여 보이는 게 하는 것으로 수술은 마무리 되었다. 물론 이런 경우 지방의 흡입양은 우리가 보통 뚱뚱하다고 하는 환자들에 비해서는 적어 걸작품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지방 흡입 수술에서는 수술 후 약 2~3개월 정도는 강력한 탄력복으로 수술 부위를 압박하여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겨울 즈음에 다시 코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워낙 길었던 다리가 이제는 키의 반이 다리로 보일 만큼 길어 보였고 몸에 붙게 입은 청바지를 따라 내려가는 윤곽선은 동양인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무릎의 굴곡조차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죽 뻗어 있었다. 코 수술이 미인 대회 준비 때문이라고 하니 올해나 내년 쯤이면 여성 잡지에서 사진을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진료실에 앉아 있다 보면 ‘예쁜 여자로 사는 삶’에 대한 궁금증이 가끔 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는 많은 평범한 이들과 달리 모든 사람에게서 눈길을 받고 인사를 받으며 호감어린 느낌들을 항상 받는 ‘예쁜 여자’로 산다는 것, 호사다마라고 물론 불리한 점들도 어쩌다 있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상대적인 유리함들이 월등히 많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같은 동양인,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우리와는 다른 체형을 지닌 이 복 많은 사람들, 성형수술의 도움을 받기는 하였지만 그야 화룡점정에 불과하고 기본적인 틀부터 달리 받은 이런 사람들이 우리는 부럽다. 배가 나와 보여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는 주부들과 더 날씬해 보이기 위해 지방흡입술을 받으려는 미인들 사이에는 나와 장동건 만큼의 간극이 있다. 하지만 인생이 외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진실 때문에 부러워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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